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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명절날 아침 차례를 지내고 찰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찰스의 아버지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아들 성묘하러 가는 길을 따라나섰습니다.
“ 내가 4대 독자로 태어나서 전쟁통에 아버지를 일찍 여위고 소년 가장이 되었어! 대대로 가난해서 소작농부터 시작했지~ 힘들게 농사일 하면서도 자식들에게는 가난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서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단다! 나처럼 내 자식들은 농사꾼 안 만들려고 빚까지 얻어서 공부를 가르쳤는데, 다행스럽게도 조상님들이 돌봐 주셔서 그런지 자식들 모두 좋은 직장에 다니고 결혼해서 잘 사는걸 보니 나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마음씨 착한 아들 찰스는 그동안 가족들을 위해 고생한 아버지가 고맙고, 또 불쌍하게 느껴졌습니다.
“아버지! 이제 제가 직장도 있고, 돈도 버니까 잘 모실께요~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허허 그려! 내가 동네에서 자식 농사는 아마 제일 잘 지었지! 암! 오래오래 살아야지”
어느덧 찰스의 할아버지와 할머니 산소에 도착한 찰스의 아버지는 부모님 산소를 보자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죄송합니다! 제가 새끼들 먹이고 공부 가르치느냐고 평생 남의 집살이를 하셨던 아버지, 어머니를 다른 사람의 산에 모셔놓고 죽어서도 남의 집살이를 하게 만들었네요! 이 불효자식을 용서해 주세요~”
명절에는 즐거워야 되는데.....
오늘따라 유난히 찰스의 아버지는 마음이 우울한 모양입니다!
슬퍼하는 아버지를 보자 찰스는
“ 아버지! 제가 열심히 알아보고 있으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면 선산을 장만해서 조상님들 모두 선산에 잘 모실게요!"
걱정하는 아들에게 미안했는지 찰스의 아버지는
“ 내가 늙어서 그런지 요즘은 건강도 나빠지고 언제 죽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가 되다 보니 너한테 자꾸 부담만 주는구나! 미안하구나 아들아~”
찰스네 집안은 대대로 가난하여 선산이 없어서 조상님들을 마을 공동묘지나 다른 사람의 산에 모셨습니다. 먹고 살기 바빴던 찰스의 아버지는 조상님들의 산소를 한곳에 모실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가 자식들이 모두 독립하고 나자 평생 미루어 왔던 가족묘지 조성을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주변에 임야가 매물로 나오기만 하면 찰스의 아버지는
“ 찰스야! 요 앞 동네에 임야가 매물로 나왔다고 하던데 시간 내서 나랑 보러가자! 묘자리로 쓸 만한 산인지 알아봐야겠다!”
하지만 산소를 쓸 만한 산은 가격이 비쌌고, 가격이 적당하면 산소 자리가 없어서 몇 년째 선산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찰스의 아버지는 건강이 좋지 않아서 생전에 서둘러 선산을 마련하여 조상님을 모시고 싶어 했지만, 몇 년째 임야를 사지 못하고 지지부진하게 되자 그만 마음의 병이 깊어지게 되었습니다.
명절 때 성묫길에서 아버지의 마음의 병이 깊어진 것을 알게 된 찰스는 마음이 급해져서 형편에 맞는 임야 찾는 걸 포기하고 경매로 나온 임야를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부담이 되더라도 규모가 큰 임야를 사서 가족묘지를 조성하고 나머지 임야는 매각하는 걸로 방법을 변경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드디어 마음에 꼭 드는 임야가 나타났고, 찰스는 대출을 받는 무리를 하면서까지 임야를 낙찰받게 되었습니다.
낙찰받은 임야의 일부를 가족묘지로 만들어 조상님들의 산소를 한데 모신 날 찰스의 아버지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습니다.
“ 찰스야~ 니가 이 애비가 평생 소원하던 일을 해냈구나! 정말 고맙다~
이제야 이 애비는 죽어서 조상님들을 뵐 면목이 섰구나! “
그 후 찰스의 아버지는 건강을 되찾으셨고, 찰스는 나머지 임야를 다시 매각하여 대출받은 돈을 갚으려고 하였습니다.
찰스가 경매로 낙찰받은 임야는 예전에는 마을 소유의 산이라서 개인 소유의 산이 없는 마을 사람들이 산소를 썼었던 임야였고, 그 후 소유자가 계속 바뀌자 하나 둘씩 이장을 했는데 아직도 10여기의 분묘가 남아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조상님을 잘 모시기 위해 노력했던 찰스는 본인이 낙찰받은 산에 있는 분묘를 억지로 모셔가라고는 차마 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찰스 본인은 대출이자를 내고 있는데, 찰스의 산에 분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무료로 할 수가 없어서 분묘의 소유자에게 사용하는 분묘의 비율로 이자를 내거나, 아니면 분묘 주변의 땅을 분할해서 사가라고 제안하였습니다. 분묘의 소유자를 파악하기 위해 마을 사람들에게 산소의 주인을 물어 보기도 하고, 분묘가 있는 곳에 연락처를 남기는 등 조치를 하고 몇 년 동안이나 연락을 기다렸습니다.
그러자 일부 분묘의 소유자는 스스로 이장을 하기도 하고, 이장비를 주면 분묘를 이장하겠다고 하여 이장비를 주고 해결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분묘를 관리하는 연고자가 없는 무연분묘와 이자도 안내고 분할해서 사지도 않고, 다른 사람들처럼 이장도 하지 않겠다는 분묘 소유자 때문에 속을 썩고 있던 찰스는 저를 찾아왔습니다.
“ 제가 아버지 소원을 이루어 드리려고 무리해서 임야를 낙찰받은 후 가족묘지까지는 잘 조성했는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분묘 때문에 골치를 썩게 되었습니다. 관리하는 사람이 없는 무연분묘는 어떻게 처리하나요?”
“ 관리하는 사람이 없는 무연분묘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의 규정에 따라 처리해야 합니다. 처리 순서는
1. 먼저 분묘소재지의 분묘 기수를 파악한 후 각 분묘에 팻말 작업을 하는데, 팻말에는 장사법 등에 관한 사실, 개장 사유 등을 기재하여 번호와 함께 근거리, 원거리 촬영을 합니다. 비석이 있는 경우에는 비석의 내용도 촬영해야 합니다.
2. 묘지가 소재하는 시‧군‧구청에 개장허가서류를 접수하고, 신청서에는 ① 토지(임야)대장, ② 등기부 등본, ③ 지적(임야)도, ④ 분묘배치도, ⑤ 현장 약도, ⑥ 기존 분묘의 사진 ⑦ 대리인 신고 시 위임장 및 인감증명서 ⑧ 연고자를 알지 못하는 사유서 등을 첨부 합니다.
3. 사회복지과 묘지담당 공무원의 현지답사 후에
4. 개장허가가 나면
5. 신문공고를 합니다. 분묘개장공고 허가를 받았을 때에는 공고 기간이 3개월 이상이어야 하므로 최초의 개장공고는 개장예정일로부터 최소 3개월 전에 중앙 일간신문을 포함한 2 이상의 일간신문에 공고해야 합니다.
공고내용은 ① 묘지 또는 분묘의 위치 및 장소 ② 개장 사유, 개장 후 안치장소 및 기간 ③ 공설묘지 또는 사설묘지 설치자의 성명주소 및 연락 방법 ④그 밖의 개장에 필요한 사항입니다.
위 내용은 2회 이상 공고해야 하는데, 두 번째 공고는 첫 번째 공고일로부터 1개월이 지난 다음 공고합니다.
6. 공고 기간(최소 3개월)의 만료 후에도 승낙 없이 분묘를 설치한 자나 그 연고자가 개장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개장허가를 받은 자가 기존 분묘의 사진과 신문공고문을 첨부하여 개장 신고를 한 후 개장신고필증을 교부받은 후에 비로소 개장을 할 수 있습니다.
7. 개장작업 시 개장작업 前, 中, 後 사진을 촬영하고 개장후에는 화장터에서 화장을 합니다.
8. 화장을 한 후에는 개장공고 당시 이장 장소로 기재했던 납골당으로 안치합니다. 안치 기간은 10년간 안치를 원칙으로 합니다.
9. 납골당에 안치 후 화장 증명서 및 안치 증명서를 관할 시‧군‧구청에 제출하면 완료됩니다.
10. 추후에 연고자가 나타나면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하였으며, 처리내용은 관할 시‧군‧구청에 확인을 요구할 수 있음을 안내하면 됩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직접 처리하기보다는 비용이 들더라도 전문장묘업체에 처리를 위탁하여 진행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전문장묘업체에서는 법률에 따라 절차를 진행하고, 나중에라도 분묘의 연고자가 나타나면 처리내용에 대한 안내도 하며 분묘의 연고자와 분쟁이 생기기라도 하면 분쟁도 책임지고 처리해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찰스는 설명을 놓치지 않기 위해 열심히 메모를 하며 다 듣고 나자 또 물었습니다.
“ 무연분묘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잘 들었습니다. 그런데 토지사용료도 내지 않고 이장을 하지도 않겠다고 버티는 경우에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 분묘기지권이 성립하는 분묘는 이장하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묘지부분의 토지사용료를 청구하거나 묘지 부분을 분할해서 매수하라고 해 보시는게 어떨까요?”
설명을 모두 들은 찰스는 무연분묘는 장묘업체에 처리를 위탁해서 해결한 후 마지막 남은 분묘의 소유자인 해리를 만났습니다.
“ 제가 대출을 받아 임야를 매수했기 때문에 형편이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묘지 부분의 임야를 분할해서 제가 낙찰받은 금액으로 매각하려고 하는데 매수 의향이 있으신가요?”
그동안 무료로 임야를 사용했던 해리는 임야를 매수하라는 찰스의 제안에 떨떠름한 표정으로
“나도 동네 사람들처럼 돈이 없어 산도 못 사고 이 산에 조상님들을 모시고 관리를 해왔는데 갑자기 매수하라고 하면 싸게 판다고 해도 살 형편이 못 됩니다. 그냥 사용하게 해주시면 안 될까요?”
무료로 사용하게 해달라는 해리의 말을 듣고 찰스는
“그럼 토지사용료를 내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제가 받은 대출의 이자가 비싸서 저도 형편이 어렵습니다! 제가 내는 이자중에서 묘지가 차지하는 비율 만큼만 내시면 부담이 되시지 않을 것 같은데요? 아니면 다른 분들처럼 이장하신다면 차라리 이장비를 드리겠습니다.”
임야를 분할해서 사기도 싫고 토지사용료도 내기 싫었던 해리는 찰스가 이장비를 제안하자
“ 그럼 내가 관리하는 분묘가 2기 이니까 1기당 천만원씩 2천만원 주면 이장 할께요!”
해리의 2천만원 요구에 깜짝 놀란 찰스는
“다른 분들 모두 1기당 200만원에 합의하고 이장했는데 너무 많은 금액입니다! 다른 분들처럼 1기당 200만원씩 400만원 드릴께요!”
이장비에 욕심이 생겼는지 해리는 강경한 어조로 말했습니다.
“2천만원 주지 않으면 이장하지 않겠습니다! 맘대로 하세요~”
이장비를 주고 해결하려고 했던 찰스는
“ 저도 그렇게 많은 이장비는 드릴 수 없으니 토지사용료를 내거나 분묘 부분의 토지를 매수하거나 하세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저도 어쩔 수 없이 법으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는게 좋은지 잘 생각해 보시고 연락주세요! ”
그렇게 합의는 되지 않았고 몇 달이 지나도 해리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습니다. 결국 찰스는 토지사용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분묘기지권이 성립하는 분묘이므로 이장을 하라는 주장은 하지 못하고, 그동안 사용한 토지사용료와 앞으로 발생하는 매월 토지사용료를 청구하였고 결국 그동안 발생한 토지사용료 120만원과 매달 5만원 상당의 토지사용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고, 해리가 항소를 하지 않아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하지만 해리는 판결 받은 후에도 토지사용료를 내지 않고 버티면서 찰스의 속을 썩였습니다. 그 때마다 찰스는 토지사용료를 내지 않으려면 분묘를 이장하라고 구두로 여러 차례 요구하였지만 오히려 고액의 이장비만 계속 요구하며 찰스의 요구를 무시하였습니다.
판결을 받고도 2년이 지나도록 해결이 되지 않자 찰스는 다시 저를 찾아왔습니다.
“ 토지사용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는데 지급하지도 않고, 토지사용료 대신 이장하라고 해도 이장도 하지 않고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 그럼 이번에는 분묘굴이 소송을 제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생소한 용어에 찰스가 물었습니다.
“분묘굴이 소송이 뭔데요?”
“ 분묘굴이 소송은 분묘를 이장하고 토지를 인도하라고 하는 소송입니다!
대법원 판결에 의하면 분묘의 소유자가 토지의 소유자로부터 분묘에 대한 지료를 지급하라는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분묘의 소유자가 지료의 지급을 연체한 경우에 그 지체된 지료가 판결 확정 전후에 걸쳐 2년분 이상일 때에는 예외적으로 민법 제287조(지상권소멸청구권) 규정에 따라 분묘기지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찰스가 분묘를 이장하고 토지를 인도하라는 소송을 제기하자 그때서야 해리는 전에 판결받은 토지사용료에 해당하는 금액을 공탁하고 분묘를 이장하지 않겠다고 버텼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지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의 확정일로부터 상당한 기간 동안 2년분 이상의 지료를 지급하지 않았고, 찰스의 지상권소멸청구의 의사표시가 기재된 소장이 해리에게 송달된 때에 지상권 소멸청구의 효력이 발생하였으므로 해리는 분묘를 이장하고 분묘기지 부분의 토지를 인도하라고 판결하였습니다.
하지만 해리는 판결이 확정된 이후에도 판결대로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찰스는 이번에도 어쩔 수 없이 확정된 판결문을 가지고 저를 찾아왔습니다.
“ 자꾸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해리는 정말 지독한 사람입니다. 법원에서 판결이 났는데 이번에도 이행하지를 않네요! 언제 이 모든게 끝날까요?”
“ 이제 마지막 절차만 남았습니다. 해리가 판결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면 확정판결 정본을 첨부하여 대체집행을 신청하시면 됩니다.
대체집행이란 채무자의 비용으로 채무자 이외의 제3자로 하여금 채무의 내용을 실현시키는 방법입니다.
즉 해리가 확정된 판결대로 이행을 하지 않을 때 법원에 대체집행을 신청하면 법원은 결정으로 관할법원의 집행관으로 하여금 해리를 대신하여 해리의 비용으로 분묘를 이장하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결국 찰스는 법원의 대체집행 결정을 받았고 관할 집행관에게 대체집행을 의뢰하였는데 그때서야 해리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분묘를 이장하였습니다.
“서로 좋게 해결하였으면 좋았을 텐데.... ”
그나마 강제로 이장하는 일은 생기지 않아서 찰스도 다행스럽게 생각했습니다.
낙찰받은 임야에 있는 분묘를 모두 해결한 찰스는 가족묘지를 제외한 나머지 임야를 좋은 가격에 매각하여 은행에서 대출받은 돈을 모두 갚게 되었습니다.
아버지의 소원인 가족묘지를 조성하여 조상님들을 한 곳에 편안하게 모셨고, 힘들고 어려웠지만 나머지 임야를 모두 매각하여 대출받은 돈도 전부 갚았습니다. 찰스에게 이번 추석은 아버지를 모시고 성묘 가는 길이 즐거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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